독서

교감독서 with 피에르 부르디외 | 01.핵심 키워드 이해하기

Ipse! 2022. 3. 27. 20:09

신자유주의 옹호자의 피에르 부르디외 읽기,
제 1장은 부르디외의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부르디외는 크게 세 분류로 구분되는 자본이 엘리트의 입맛대로 형성되어있고, 그 분배 차이를 기반으로 신자유주의의 환상 속에서 구조적인 불평등이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신자유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그의 입장에는 그다지 공감하진 못하지만, 부르디외가 사회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식에는 엄청난 흥미를 느낀다. 부르디외의 의도와 다르게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에 지침이 되는 것 같기도.


피에르 부르디외의 핵심 키워드는 크게 '아비투스(Habitus)', '자본(Capital)', '장(Champ)'이다.


1. 자본
부르디외가 생각하는 자본이란 사회적 행위자인 한 개인이 지닌 재산, 교양, 인맥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역량이다.
부르디외는 자본을 크게 경제/문화/사회로 분류한다.
개개인은 이러한 자본들을 활용하며 사회적으로 활동하는데, 이 때 사람마다 다른 특정한 행동 방식과 실천 양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행동 양식은 대개 비슷한 재산(경제자본) 혹은 지식 수준(문화자본) 혹은 유사한 집단 네트워크(사회자본)를 지닌 사람들끼리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사회적 맥락에서 대학 교수들이 보이는 에티튜드와 고등래퍼들의 에티튜드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끼리는, 또 고등래퍼들끼리는 유사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2. Habitus (아비투스)
Habitus는 버릇, 습관을 의미한다. 단, '사회적' 습관!
습관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무의식적 행위다. 그렇다면 사회적 습관이란 뭘까?
부르디외의 논리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 집단적 = 계급적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래서 그는 사회적 습관이란 곧 개인이 속한 집단 속에 형성되어있는 계급의 특성이라고 본다.

2-1. 사회적 습관 = 유유상종 싸이언스!
사회=>집단=>계급의 연계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집단적 행위가 오래 지속된 경우 계급의 등장은 불가피하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이 때의 계급은 갑과 을, 지배와 피지배와 같은 개념이 아니라 유상싸(유유상종 싸이언스)다. 집단에 속하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자신과 유사한 사람을 탐색하고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본인과 유사한 성향, 이해관계, 위치, 조건을 가진 자들을 금방 파악하고 그렇게 형성된 모임이 곧 또 다른 집단이자 계급이 된다. 물론 대개 사람을 사귈 때, 상대의 성향과 이해관계를 단번에 파악하거나 그들의 조건과 지위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계산하는 경우보다는 '느낌'으로 끌리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이 '느낌'이 바로 무의식적 습관, 즉 의식하지 않아도 발현되는 사회적 유사 계급을 향한 끌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부르디외가 말하는 '집단적 습관은 곧 계급적 습관' 이라는 표현을 유유상종 싸이언스로 이해했다.새학기 첫 날 앞으로 함께 지낼 사람을 조용히 물색하고 그 사람에게 말을 붙여봤거나 '걔랑 나랑 안맞아' 같은 말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될 것.


2-2. 사회적 습관이 정말 무의식적일까?

'걔랑 나랑 안맞아'
'왜? 뭐가?'
'아.. 설명하기 어려운데 뭐랄까 불편해. 재미없고,,'


'안맞는다'라는 말은 느낌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상대방과 성향이 안 맞거나, 정치 혹은 종교적 입장이 다르거나, 사소하게는 전시 취향이나 싸움에서 편 드는 쪽이 다르거나 등, 따지고 보면 세세한 부분까지 나열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대개 불편한 지점들을 의식적으로 지적하고 나열한 뒤에 '안 맞는다'는 판결을 내리지는 않는다. 상성의 충돌은 '느낌'으로 온다. 그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서 단 번에 다가오고, 우리는 이 사람과 내가 잘 통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판단을 의식 보다는 무의식적 영역에서 먼저 내린다.
부르디외는 이러한 아비투스가 무의식적 단계에서 내려지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행동양식, 즉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고방식의 차이를 느끼는 것도 이러한 사례겠다.


3. 장 (Champ)



장은 '위치 공간', '입장 공간', '가능성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 더 자세하게 풀어보자!
장은 행위자가 자신의 자본과 행동양식을 표출하는 사회적 공간이다. 부르디외는 아비투스에 따라 자본이 재생산되고 견고해지는 과정에서 불평등한 자원 분배가 이뤄지는 특정한 사회의 장이 형성된다고 본다. 그래서 부르디외에게 사회는 연대와 협동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과 투쟁의 장소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에서는 각각의 장들에 해당되는 물리적 공간의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보고 적용(이라 쓰고 끼워맞추기라고 읽는)해 볼 생각이다.


| 목차와 과제(!)
개인의 모든 행위를 사회 구조의 영역으로 환원시키는 것에 의문이 드는 사람은 셀프 합의를 내리는 편이 좋다.
그래서 부르디외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그가 인간과 사회를 어떤 관계로 규정하는지 알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부르디외 시리즈 첫 세 글은 <자기 분석에 대한 초고>, <맞불> 등 상대적으로 가볍게 생각을 정리해둔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이다.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하는지 이해하며 친해져야 그의 주장도 더 재밌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인간-사회가 어떤 관계라고 보는지 이야기 나눠줬음 좋겠다. (댓글로 알려줘. 궁금혀..)
개인을 사회 구조에 좌우되는 존재로 보는건 개인의 주체적 사고 가능성을 간과한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르디외처럼 개인은 그가 속해온 집단에 누적된 행동 양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우선 인간의 합리성과 사고의 완전함을 신뢰하지 않는 나로서는 후자의 의견이 더 공감되지만, 같은 관점이어도 사회의 역할이나 그 속에서 개인이 취해야 할 스탠스에 대한 의견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사회학의 매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자기 분석에 대한 초고, 맞불 등의 책들이 흥미롭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지만, (초고는 번역이 진짜 욕나옴)
어쨌든 최대 열심히 부르디외의 분석은 흡수하되 가지치기 해가면서 나만의 시각을 구축해 볼 생각이다.
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