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질문하나] 애정을 가지고 아꼈던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롱블랙 인터뷰를 읽는데 인터뷰이가 ‘명품’에 대한 정의를 ‘누군가가 골라내고 애정을 갖고 아꼈던 물건‘으로 내렸더라.
내가 애정을 가지고 아꼈던 물건이 있는지? 내가 가진 명품은 무엇인지 .. 하질하로 Ahn쿤에게 제안했다. (그러고서 그녀만 쓰고 나는 안써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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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애정한다‘고 느꼈던 대상(물건)은 없지만, 다 낡았고 별로 들여다보지도 않지만 절대 버릴 수 없어서 자리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그러니까 어찌보면 집착의 대상은 있는데
바로 대학생 때 쓴 노트들이다..
‘계획은 없지만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해보자’, ‘재밌어보이는 건 다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대뜸 휴학을 때려버리고... 다른건 모르겠고 <책 100권 읽기> 이건 꼭 달성하자-는 마인드로 책만 엄청 읽었던 시즌이 있었다. (아마 22살때인듯)
난 약간 부산스러워서 책 한장 읽으면 그 때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잡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생각들을 적어놓을 노트를 항상 옆에 펴두었는데. 머리가 제일 팽팽 돌아가던 시기의 노트들이라 그런지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전혀 할 엄두가 안나는 재밌는 생각들이 많아서.. 가끔 현재의 내가 너무 세상에 찌든 현대인 같다는 생각이 들면 꺼내서 찾아본다.
불에 타면 정말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염 소재의 상자에 넣어 보관할까 생각도 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고 사지는 않았다.아마 못생겨서 안 샀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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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통상 명품이라는게 나를 나타내는 상징이길 바라는 물건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하니까 ‘누군가가 아껴온 물건’을 명품으로 보는건 재밌는 접근이다.
내 노트들은 ‘그때의 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기 보다는 ‘내가 그때의 나를 그리워한다’는 점에서 - 내가 현재의 삶의 어떤 부분에 결핍을 느끼고 있고, 또 어떤 모습의 나를 그리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가 가진 명품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