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질하] 내 실행을 가로막는 Pain Point는 뭘까?
[3/23] 뒤늦게 추가
Pain Point를 쓴게 나 스스로가 '넌 실행력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자기 비하의 글이 되기보다는,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요인들로 디모티베이션이 되는 사람이고, 반대로 그 외의 성취들은 어떤 환경에서 이뤘는지 분석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함임을 인지해야겠다.
나를 그냥 내가 키우는 다마고치 정도로 생각하고. 내 다마고치가 동기부여 잘 받는 상황과 요인을 만들어줘서 더 쑥쑥 잘 키우기 위한 일종의 객관화 과정인 것을 나 스스로도 인지하고 실패를 되짚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과 추진력은 억지로 노력해서 되는게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 누가 물어봐도 그 목표에 가기 위한 뚜렷한 플랜을 가지고 있어서 나 스스로가 충분히 설득이 되어야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행동과 실행은 억지로 끌고 빠이팅 넘치게 애쓰면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해야되고 하기로 했으니까 개쿨하게 일상처럼 하는 느낌이어야 한다. 뭔가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가보자고!!!! 하는건 오래 못가고, 내 몸과 머리가 내 목표와 투두를 완전히 인정해서 어 너 그거 하는거 난 인정 따라줄게~ 하고 쿨하게 응 가보자고~ 하는 감각으로 행해야 한다.
내 스스로 내 신체와 에너지는 함부로 낭비하지 않고 아끼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내 목표와 목표로 가는 길이 명확하지 않으면 내 몸과 머리가 스스로 설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걸 모르고 나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실행하지 않은 것을 나무라고 다그치면, 어린아이에게 '넌 안되는 애야', '넌 실행을 못해'라고 가스라이팅해서 결국엔 진짜 행동할 생각도 못하는 어른으로 키우는 것과 똑같다. 결국 실패 사이클을 나 스스로 강화하는 것. 난 실행 경험에 있어서는 어린아이 단계에 있으니까, 어린아이를 교육시키듯이, 내가 실행에 실패하고 (작게는 약속에 늦는 것부터) 원하는 행동을 못 할 때에는 '난 병신이야' 혹은 '아몰라 그냥 이대로 살래. 난 원래 이래' 같은 극단적 마인드보다는, '어 나 왜 이거 안했지? 못했지? 나 사실은 이거 말로는 하고싶다고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왜 그렇게 생각했지?'라고 물꼬를 터서 내 다마고치를 더 잘 알아가는 계기로 삼고, 다음에는 다마고치가 쿨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UX 행동 디자인을 짜줄 수 있게 하자.
[3/17] 여기부터 Pain Point 본문 (나의 실패 회고)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과거의 행동들이, 그걸 실행했더라면 현재의 내 삶에 조금이라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결심은 창대했으나 말로만 떠들며 실행하지는 않고 합리화했던 과거의 나가 최대 Pain Point다. 그랬던 경험들이 쌓여 '적당히 하는' 사람을 만들까 두렵기 때문에.
정리해놓고 보니 대부분 대학교 시절에 대한 후회다.
아마 내가 소속감을 가지고 경험과 성과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첫 집단이자 정체성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회사에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원 시절이 길지 않기 때문이겠지?
대학교 떄의 후회를 사회에서도 반복하지 않으려면, Pain Point를 글로 잘 정리해두고 곱씹어야겠다.
1) 아트앤테크놀로지 학과 복전 시도 포기한 것
대입 준비 때에는 '더 좋은 학교에 붙어도 성균관대 영상학과를 꼭 갈거야!'라고 말하고 다녔었다. 성균관대가 가진 온고지신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너무 취향이기도 했고, 영상학과에서 가르치는 과목이나 분위기가 내 성향에 잘 맞았다. 부모님도 거기가면 나같은 애들이 정말 많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성대 영상과 서강 경영 합격하고 나니, 경영학과라는 예측 가능하고 범주가 넓은 진로가 너무 합리적인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나는 예전부터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향인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었는데, 마침 서강대에는 '아트앤테크놀로지'라고 영상학은 물론 디자인 전반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있었고, 서강은 복전도 자유로운 학교였기 때문에 <서강 경영으로 입학해서 아텍과 투전공을 탄다>는 창대하고 합리적인 계획을 짜고 성균관대 입학금을 환불받아 대학을 갈아탔다. (두 학교에 입학금을 넣은 상태가 되면 둘 다 입학 취소가 된다는 썰을 듣고, 하루 만에 입학취소와 입학신청을 모두 넣느라 매우 후달렸던 기억이)
1학년 때는 아텍 복전에 대해 여기저기 많이 물어보고, 동기들에게 아텍 복전을 공언하기도 하고, 아텍 복전한 선배에게 조언도 요청하고, 아텍에서 여는 전시도 구경가고 나름 관심을 열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동기들이 아텍 복전 관련 정보를 보면 나에게 보내주곤 할 정도로 자타공인 아텍 복전 꿈나무였는데, 관심만 가지고 결정적인 시도를 한 기억이 없다. (나름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툴을 사서 유튜브로 공부해가며 한두개 만드는 노력을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복전을 위해선 뭘 준비해야 하는지 To-Do를 명확히 리스트업하고,
면접 시기에 맞춰 타임라인별로 정리한 후에 하나씩 쳐내나갔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재했다.
엑셀파일에 정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클라우드에 올려서 어느 디바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앞으로는 내 블로그(나만보기 기능)이나 노션을 애용하자 (근데 노션 나에겐 너무 복잡해)
아무튼 그 뒤로 한 3학년부터는 아텍 복전에 대한 기억이 거의 사라졌다.
아텍이 특수한 과인만큼 거기서 배운 기술들이 내 향후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을거라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아텍 기반의 산업군에서 경영전략이나 관리업무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관련 직종과 오더넣는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때에도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 아쉬우면 내가 직접 디자인 짤 수도 있는거고. 무엇보다 아텍과 경영학과는 과 사람들의 커리어 패스나 성향이 정반대인만큼 네트워킹의 풀이 더 다채로워졌을텐데 너무 아쉽다. 아직도 아텍 출신의 동문들이 오픈하는 전시나 직업소개 세션을 종종 찾아보는데 매력적인 사람들이 참 많다. 서강이 교내 정치질에 휘둘려서 뻘짓하지 말고 아텍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잘 유지해주길 바란다.
나는 왜 아텍을 보고 영상학과를 드롭해놓고 결국엔 복전을 포기했을까?
나는 주변에서 '그거 별로래', '그거 어렵대' 하면 디모티베이션이 바로 오는 타입인 것 같다. 그만큼 자기중심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는 것 같다는 의심이 이제서야 든다. 왜냐면 반대로 주변에서 '그거 괜찮다', '잘 하고 있어? 얼른 시도해봐!' 하면 또 말 잘듣고 신나서 바로 실행해본다. 팔랑귀.
그리고 현재 상황에 불편함이 없으면 현재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큰 것 같다.
이거는 나로서는 되게 의외의 깨달음인데, 나는 내 스스로도 물론이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도전적이고 실행력이 높은 편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물론 애인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이건 여담인데 부모와 애인의 평가가 다른 경우엔 뭐가 더 진짜 나에 가까울까?)
내 Pain Point들을 글로 정리해보기 전까지는 내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직시한 적이 없었다. 애써 외면해왔을 수도 있고.
익숙한 상황에 머무르고 안주하는 걸 편해하기 때문에, 내가 도전해야할 영역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곧바로 수용하고 '그거 사실 별로래'라는 핑계로 합리화하는거지.
현재 상황이 정말 불합리하고 불편하지 않으면 잘 도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도전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이유는, 나의 안주하려는 성향을 이길 정도로 현상태가 구린 상황이 많았기 때문인듯 (가령 부동산 시장 악화로 올스톱된 나의 애증의 첫회사라든가..)
비슷한 사례는 더 많다.
1. 아텍 복전 포기
2. 교환학생 포기
토플 학원까지 등록해서 다니다가 나중에 다시 도전해야지~ 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포기한 후 코로나 핑계로 또 흘려보냈다.
3. 외국인 유학생 헬프 동아리 허그 포기
동아리장 친구가 면접 일자까지 잡아준다 했는데 포기
4. 아트앤쉐어링 홍보부장 업무 계획은 창대했으나 결국 흐지부지 끝나 민폐끼친 사건
... 등등
위 사건들에 대해서 쭉 써내려가다 보니 느낀 건
1) 일단 결심을 하고나면 정념에 휘둘리지 말자
나는 결심도 쉽게 하는 편이 아니다. 정말 충분히 합리적이고 그럴싸한 근거가 있고 그게 주변 사람들도 설득할 만한 로직일 때야 확신을 가지고 결심하기 때문에, 일단 결심하고 나면 걱정이나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뭔가 결심하고 나면 악마가 귀에 파리처럼 날아다니며 속삭이듯이 온갖 정념들(경영학과 따라가기도 바빠, 아텍 배타적이래, 그거 너무 어렵고 쓸 곳 생각보다 없대 등)이 알짱거리게 되는데, 그건 큰일 하기 전에 당연히 따라오는 난관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하는거 엄청 스고이한 일인가보다"라는 사인으로 생각하고 나아가자.
특히, 행동이나 실행은 '으아 파이팅 넘치게 도전'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무덤덤하게 그냥 쿨하게 실행하는 느낌이어야 한다.
막 정념과 열정에 휩싸여서 '가즈아!'하는 열정맨의 모습이 아니라, '그냥',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쿨한' 감각으로 진행해야 한다.
걱정도 정념이지만 지나친 열정도 정념이다.
일단 결심했으면 실행할 땐 걍 별 생각없이 그냥 빨리 해라. 하고보는겨.
2) 도전적이고 실행력있는 친구를 옆에 두자
난 잡생각이 많아서 똑같이 잡생각많고 의심많고 망설이는 친구를 옆에 두면 환장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캘리포니아 오렌지같이 '위캔두잇^^'하는 반대의 친구를 곁에 두고 상호보완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자극받도록 하자.
3) 신뢰 신용
성실함은 최소한의 보험이다. 사람은 내가 가진 최대의 자산이다. 절대로 신뢰와 신용을 잃지 말 것,
애초에 못할 것 같으면 일을 벌리지 않는 것도 현명한거고, 일단 일을 벌리기로 했으면 끼니를 거르고 밤을 새서라도 끝내야 한다.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 것.
상대의 시간과 기대치가 지닌 가치가 나의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그걸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할 것 (난 너무 무뎌서 좀 전전긍긍해야 평균치에 도달함)
4) 일단 결심하고 주변에 선언했으면, 그 이후로는 아웃풋이 나올 때까지는 입다물고 저스트 두잇하기. 약속 줄이기.
일단 주변에 선언은 해야됨. 믿을만한 2번 친구에게 공언해놔야 주기적으로 '그건 잘 되어가?' 물어봐주고 관련 정보도 받고 의지를 강화할 수 있고, 일단 자신만만하게 던져놔야 나중에 쪽팔리기 싫어서라도 킵고잉 한다.
다만 실행에 들어가고 나서는 구구절절 떠들지 말라는 것. 그냥 사람도 웬만하면 말하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