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아이돌은 점점 회사원이 되고 있다
문득 새로 산 클렌징 오일 롤링하다가 아까 본 NCT 재현 사진이 떠올라서 든 생각인데
최근 SM 아이돌 특징이자 한계는 대체가능성이자 부품성 아닐까?
SM의 기묘한 세계관이 구체화되면서 NCT나 에스파의 경우 SM이 구축한 세계관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패 느낌이 강하다.
즉,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보고 '얘네한테서 이런 그림이 나오면 너무 매력적이겠다'가 아니라
큰 틀을 짜둔 상태로 거기에 적합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맞추는 느낌이다. 드로잉과 퍼즐의 차이랄까.
약간 스타트업 대표와 대기업 회사원에 비유하면 적절하겠다.
다른 (인기있는) 중소기업 아이돌의 경우엔 스타트업 대표에 가깝다. 회사가 잘나가든 못나가든 자기 사업을 꾸려온 스토리가 부각되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 그 알맹이와 내용이 회사의 이름보다 더 중요하다.
SM 아이돌은 대기업 회사원 같은 느낌. 와 능력있네, 진짜 대단하다. 는 반응은 나와도 어떤 회사의 어떤 직무인지 알면 대충 무슨 일을 하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동일 업계에서 동일 직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만의 특별한 스토리라기 보다는 남들이 다 하는 일에서 1위를 한다는 느낌이다.
이게 실제 직업이라면 대표든 회사원이든 둘 다 매-우 대단하고 장단점이 있지만 엔터테인 업계에서는 대기업 회사원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은 한계이지 않을까?
소개팅이든 뭐든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쳐도 '아 어느 기업 어느 직무세요~ 대단하다 멋지네요~'와 같은 감탄이 먼저 드는 것보다 '스타트업이요? oo사요? 그게 뭐지 어떤 사업이에요? 어떤 계기로 하게되신거에요?'와 같이 그 사람만의 구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들게 만드는게 아이돌 기획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자처럼 업에 대한 추가 질문이 다양하지 않다고 관심이 없다는 뜻도 아니거니와 후자와 같은 질문이 나온다고 다 잘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도 중요한 포인트이긴해..)
(아 .. 취준생이라 이런 비유밖에 떠오르지 않는 내가 싫어... )
+그래서 NCT팬들이 몬스타엑스나 더보이즈도 좋아하는거 아닐까? NCT에는 부재한 멤버 개개인의 생생한 스토리텔링과 날것의 느낌을 충전하기 위해 …
같은 대기업과 비교해보면.. 블랙핑크의 경우엔 멤버 각자의 매력과 조합에서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와 YG의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 능력 간에 시너지가 좋다. 그래서 굳이 다른 조합이 궁금하진 않다. (그러나 이건 데뷔한지 오래돼서 이미 익숙해져서 그런 걸수도 있어서, 데뷔 초에 이런 여론이 있었는지 참고하는게 중요할 듯)
에스파도 시너지가 매우 좋긴해.. 멤버들 외모가 AI 같기도 하고 .. 노래도 슴 특유의 기묘함이 있고.. 성적도 좋고 ...무엇보다 음악이나 컨셉이 NCT 여자버전 같아서 기획사 내 일관성이 느껴져서 재밌는데 .. ( 두 그룹 다 노래와 뮤비만 봤다. 자체 콘텐츠는 따로 찾아본적은 없고 유튭 알고리즘 추천에서만 봤음 ) 에스파는 아직 데뷔초라 우러나기엔 시기상조라 그런 걸수도 있지만, SM이 기획해놓은 세계관이 너무 거창하고 강렬해서 다른 멤버를 넣어놔도 상상할 수 있다.
다른 멤버로 교체된 것을 상상해봐도 큰 위화감이 없다는 점에서 서두에 말한 대체가능성과 부품성이 강조된다. 이건 NCT도 그렇고 -여긴 애초에 교체 조합 컨셉이다 - 최근 SM 아이돌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함. (이 점에서 회사원 비유와 연결 되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이런 식으로 갈거라면 실력은 당연하고 카리나처럼 전에 없던 유형의 캐치한 외모로 색다름을 줄 수 있는 멤버를 기깔나게 잘 뽑는게 핵심 역량이 될 듯 하다. 전체 그림의 완성도를 더 높여줄 수 있는 잘 맞는 퍼즐을 찾는거지.
나.. 이런 글을 쓸 정도면 생각보다 더 케이팝 오덕후 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