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문장강화> 이태준
Ipse!
2021. 11. 4. 02:15
혼자 보는 일기나, 비망록이나, '금일상경'식의 전보 약문이나, '일 없는 사람 들어오지 마시오'류의 표지이기 전에는, 글은 공중公衆에 내어놓기 위해서는 물론, 개인간에 주고받는 편지 한 장이라도, 적든 크든 한 편의 글로서 체재를 갖추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니까 글은 아무리 소품이든, 대작이든, 마치 개미면 개미,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꼬리가 있는, 일종 생명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글이 아니라 말이다.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은 마음이요 생각이요 감정이다.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 (...) 이제부터의 문장작법은 글을 죽이더라도 먼저 말을 살려, 감정을 살려 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