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 '코리빙' 네이밍의 모호함 - 코리빙? 네트워킹 하우스?
| 한국에서 유럽형 공유 주거를 벤치마킹 하면 안되는 이유
| 고시원 vs 쉐어하우스 vs 공유주거
| 한국형 공유 주거의 밍글링 방법, 조심스러운 노크
| '코리빙' 네이밍의 모호함 - 코리빙? 네트워킹 하우스?
어디서 자취하냐는 친구들 질문에 맹그로브라고 답하면, 20% 정도가 맹그로브를 알고 있고 나머지 80%는 검색을 해본다. 맹그로브를 검색하면 '코리빙 하우스'라고 뜨기 떄문에 다들 사람들과 '같이 사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 때 느낀 건, 사람들이 상상하는 '같이 사는' 모습이 코리빙 회사가 생각하고 제공하는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 코리빙 회사에서 꿈꾸는 '같이 사는' 이미지는 <마을의 건물化>, <마을의 수직化>다.
작은 시골마을이나,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광경처럼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잘 알고있고, 서로의 집에 자유롭게 놀러가고, 마을 광장에 모여 다같이 뭔가를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오피스텔 건물 안에 구현하고 싶은 것 같다. 즉, 수평으로 펼처진 마을을 수직의 건물에 표현하는 것-이 내가 코리빙에 살면서 느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었다.
반면 코리빙에 살지 않는 사람들, 즉 대다수의 대중들이 생각하는 '같이 산다'는 주거 공간의 일부를 공유하는 집이다. 특히, 화장실과 샤워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냐는 질문이 많았다. 실제로 초기 코리빙은 아파트 하나를 같이 나눠쓰는 형태이기도 했고, 맹그로브도 초기 모델인 신설점은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하는 층도 있다. 코리빙이라는 워딩 자체도 이 모델에 더 어울리기 때문에 충분히 혼란스러울만 하다.
'아니, 화장실이랑 샤워실도 다 방에 있지. 그냥 원룸이야' 라는 내 대답에 혼란해진 친구들이 '그럼 그냥 오피스텔 아니야? 왜 코리빙이라고 해?'라고 되물으면 "그냥 공용공간이 활성화 된 비싼 오피스텔이야"라고 대답해야 대부분 납득한다.
'코리빙', '공유주거'에는 '그냥 비싼 오피스텔'과는 다른 가치가 있기를 기대하는 사람으로서 저런 대답으로만 상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스스로가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그저 공용공간이 활성화 된 비싼 오피스텔>과 <건물에 들어온 하나의 마을> 사이의 간극이 조정되어야만 대중들에게도 쉽고 명확하게 이 주거모델을 설명하고 원만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새로운 주거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에피소드든 맹그로브든 공유 주거로서 추구하는 일반 오피스텔 대비 차별화 포인트는 '네트워킹을 통한 인적 시너지가 발생하는 주거공간'이고, 그걸 구현하기 위해 공용공간을 활성화 시키고 그 공간으로 사람들을 집적시키고자 개발 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힘을 쓰는 구조인 것인데 '네트워킹 주거'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네이밍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
https://www.epsd.co.kr/ep369/
episode
개인의 삶 부터 사회의 문화가 자라나는 주거 문화 플랫폼.에피소드
www.epsd.co.kr:443
https://mangrove.city/locations/sinchon/
신촌 – 맹그로브 mangrove
맹그로브 신촌은 활기 넘치는 도시 인프라와 뛰어난 교통의 이점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코리빙 하우스입니다. 전 세대 주방이 포함된 개인 공간과 다양한 공용 공간을 비롯해 편리한 상업 시설을
mangrove.city
| 한국에서 유럽형 공유 주거를 벤치마킹 하면 안되는 이유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의 공유주거가 벤치마킹 삼는 모델은 유럽의 공유 주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럽의 공유 주거는 한국의 공유주거와는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이 주거 모델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의 인식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첫번째로, 유럽의 공유 주거는 저렴하다.
집 값이 높아 살 곳이 없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집을 제공한다.
두번째 특징인 공용 공간의 활성화도 첫번째 특성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현상이다.
방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방 안에 들어갔어야 할 화장실, 샤워실 혹은 세탁실, 주방 등을 공용공간으로 빼서 쉐어할 수 있게 해뒀다.
세번째, 스몰토크 문화. 그렇게 만들어진 공용공간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이기 때문에 누가 나서서 유도하지 않아도 공용 공간을 기점으로 알아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한국의 공유 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번째로, 한국의 공유 주거는 일단 비싸다.
기본적으로 월세가 100만원부터 시작한다. 화장실, 샤워실, 세탁실, 주방 등 필요한 기본 시설이 전부 빌트인 되어있는 온전한 원룸의 구조를 띄고 있다. 필수시설(화장실, 샤워실, 주방 등)을 공용화한 초기 모델과 달리 부가가치 시설(카페, 헬스장, 서점 등)을 공용화 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질 껀덕지가 없다. 더욱이 애초에 <공용 공간을 활성화 한다>라는 목적으로 들여온 모델이기 때문에 크고 화려한 공용 공간을 짓는 데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입주자들에게 1/n로 반영하므로 월세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두번째로, 낯가리는 성향. 낯선 이가 나에게 말을 걸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건 말 건 상대가 외국인일 때 정도일 듯 하다.
5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인 한국형 공유 주거 모델에서는 상상 속의 '자연스러운 밍글링'을 기대하면 안 된다. 수줍은 한국인들이 겁먹고 방 속으로 도망쳐버린다. 한국의 공유주거는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신촌에 있는 모델만 봐도 에피소드와 맹그로브 모두 250호실은 기본으로 넘는다. 이미 '마을'이 아니라 '도시'의 규모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마을 사람들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추구하기엔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운영팀이 인위적으로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공함으로서 소통을 '유발'해야 문화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 고시원 vs 쉐어하우스 vs 공유주거
물론 앞서 말한 저렴한 가격+필수시설의 공용화가 된 모델도 한국에 충분히 많다. 고시원이 딱 그렇다.
다만 고시원과 초기(유럽형) 공유주거 모델의 차이점은, 고시원은 서로 절대 대화하지 않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이지, 우리가 상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단란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로, 신촌 에피소드와 맹그로브 인근에도 고시원을 개조해서 저렴한 값에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Just Live>라는 공간도 있다.
https://www.justlive.co.kr/
justlive
JUST LIVE IN 이화 보증금10만원월세내측 29만원/월 | 외창 33만원/월기간할인5개월 계약시 월 2만원 할인월 입실료최저 27만원 JUST LIVE in 이화 높은 침대 프레임과 벽을 둘러싼 상부장을 통해 수납 효
www.justlive.co.kr
월세는 아주 저렴하고, 특히 서강대점은 여성 전용으로 모집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쾌적한 편이다. 리모델링을 해서 한 끗 차이로 '고시원'이 아닌 '쉐어 하우스'로 탈바꿈했다. 서강대점은 공용 화장실이 따로 있고 작은 방 안에 변기+샤워실vs세면대+샤워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신촌점은 화장실과 샤워실을 모두 공유하는 대신 서강대점에 비해 더 넓은 방을 쓸 수 있다. 여기는 같은 대학교 학생 + 여학생 전용이라는 점에서 공용 공간에서 '소심한 밍글링'이 발생한다.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에 자신이 안 쓰는 화장품이나 교재를 '나눔'하면서 비대면 밍글링 문화가 생겼다.
| 한국형 공유 주거의 밍글링 방법, 조심스러운 노크
여기서 느낀 포인트는 한국형 공유주거 모델의 '밍글링', '네트워킹'은
<사람>이 아니라 <공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즉, 사람과 사람 간의 직접적인 시너지부터 기대하면 안 되고, 공간: 즉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사람-사람 이 아닌 사람-공간-사람의 단계로 공간을 사이에 끼고 에둘러서 네트워킹을 시작해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러면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이웃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감각을 부담없이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인용 <소심한 밍글링>, 조금 더 긍정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조심스러운 노크> <사려깊은 다가감> <우회> <soft> 등의 단어를 쓸 수 있겠다.
그래서 내가 맹그로브 운영팀이라면 여자가 많고 같은 대학이라는 소속감이 있는 입주자들이 많은 신촌점에서 플리마켓을 열어보고 싶다. 플리마켓이야말로 '마을 문화'의 전형이기도 하고, 낯선 이의 손길이 담긴 물건을 구경한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교감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플리마켓에 진짜 물건 주인이 나와있을 필요도 없다. 나와있고 싶은 사람은 나와있어도 되지만 기본적으로 물건만 있어도 그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운영팀 인원 소수가 대신 관리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노크'에 더 잘 맞겠다. 운영팀이 15층 커뮤니티 라운지에 지원을 받아서 "9층 입주자, 경영대 학생", "13층 입주자, 콘텐츠 회사 다녀용", "5층 입주자, 음악을 좋아해요!" 등 대충 그 사람의 특징만 알 수 있는 소개글과 함께 팔고싶은 물건(당근마켓+플리마켓)들을 올려놓고 물건을 구경하고 사고팔 수 있게 하면 물건에 대해 질의하거나 물건에 적힌 소개글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웃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겠다. 플리마켓을 15층이 아닌 날씨 좋은 날 1층 빈 상가 건물이나 경의선 숲길과 연결된 지점에서 열면 홍보효과도 뛰어날테니 맹그로브에게도 좋은 이벤트이고, 이사한 직후 짐정리를 하며 버리거나 살 물건이 많아진 입주민들에게는 물건도 정리하고 돈도 벌고 이웃들도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특히 지금 1층 상가 건물이 비어있을 때 그 유휴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기회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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