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도시의 자서전

도시의 자서전(1) 잠실: 아파트 신화의 시발점

Ipse! 2021. 10. 25. 17:19

과거 잠실 키워드 (Past Jamsil Keyword)
: 90s / 박정희 정권 / 88올림픽 / 중산층 드림
90s / park Chung hee era / 88 Olympic / Middle class dream


현재 잠실 키워드 (Present Jamsil Keyword)
: 롯데 월드 타워 / 자본의 상징
Lotte World Tower / Capital Intensive


잠실이라는 도시 공간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욕망, 그리고 외부의 정책 결정이 도시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과거의 잠실과 지금의 잠실, 그 변천사를 조명하고자 한다.


잠실은 한국 사람들의 아파트 욕망의 시발점이다.
과거 잠실의 아파트 붐은 사람들의 중산층 드림과 연관된다.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가 발전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이 개발의 일환으로 잠실에도 올림픽 아파트가 들어선다.

물론 잠실은 최초의 아파트가 지어진 공간도 아니고, 강남 일대 개발의 직접적인 주인공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파트 신화의 시작지로 잠실을 꼽은 이유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때문이다. 올림픽에 대비해 외국에 코리안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일환에서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만큼, 올림픽 선수촌에는 중산층과 상류층이 많이 유입되었다.

당시 잠실은 서민층의 주 거주지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상류층이 많이 모이는 비싼 아파트는 중산층 드림의 구체화 그 자체였다. 아파트가 자본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자본을 소유한 중산층이 되고자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강화됐고 이는 아파트 투기 현상으로 표출된다.

이 현상은 르 꼬르뷔지에의 '300만을 위한 도시'를 생각나게 한다.
개인적으로 르 꼬르뷔지에의 이 도시계획은 건축으로 혁명을 막고자 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소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이든 차든, 자본을 상징하는 무언가를 소유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보수적으로 변하게 된다.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건 가진게 없거나 포기할 수 있는 (즉, 포기해도 상관없을 정도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주택 청약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박정희의 도시 개발 계획에 따른 도시 개발 정책이 사람들이 중산층 드림 욕망을 자극했고 그로인해 사람들은 땅과 건물에 대한 정치인들의 결정에 좌지우지되게 된다. 한편 300만을 위한 도시 계획은 아파트를 프롤레타리안이 밀집된 생활 공간으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아파트가 일면 빈민층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결과를 낳았으나, 이와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오히려 안정적인 자본의 상징이 되어 아파트를 선호하는 몇 안되는 국가(싱가폴, 중국, 한국 ..)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은 아직도 아파트를 부의 상징으로 여기고 부동산 신화를 믿으며 땅과 건물의 소유에 대한 꿈이 만연한 공간이다.

아파트 붐과 함께 잠실 일대는 자본을 향한 욕망의 밀집지가 되어왔고 그 결과 현재 잠실은 서울의 5대 자본 밀집지역의 한 곳에 해당된다. 롯데타워도 이러한 도시 정체성의 연장선이다. 특정 장소와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그 장소나 그 당시의 자본규모와 사람들의 욕망을 보여준다는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롯데타워는 잠실, 서울, 그리고 지금의 한국의 자본의 크기와 그 이면에 자본에 대한 욕망의 크기를 똑똑히 보여준다.

'공간 > 도시의 자서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의 자서전 Intro  (3)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