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퀘어에서 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 보고왔다.

내가 본 날의 출연진 캐스트
(공연에 대한 감상 및 좌석 얘기는 글 맨 밑부분에 있다..)
뮤지컬은 짧은 시간 내에 전체 이야기와 핵심 장면들을 다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개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유명한 소설이나 연극 각본들을 공연화한 대부분의 경우에는 관객들이 전체 시나리오를 어느 정도 알고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것 같다.
가령 노트르담드 파리 디즈니 애니에서는 왜 세 남자가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는지 그 개연성에 더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캐릭터의 입체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뮤지컬에선 늘 조금씩 받았는데 이번에 뮤지컬을 보고 의외로 좋아진 캐릭터가 있다. 바로 프롤로.. 솔직히 세 남캐 다 싫었지만 프롤로는 너무 전형적인 왜 안만나줘! 복수 루틴이라 정이 안갔는데,
제 1막의 Tu vas me detruire랑 제 2막 etre pretre et aimer une femme을 듣고
이 사람이 인생 전부를 겨쳐 쌓아온 신념과 노력, 사회적 지위를 한 여자 때문에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정체성 혼란과 거기서 오는 두려움이 보여서 최애 넘버가 다 프롤로가 되어버렸다.. (프롤로 캐릭터 자체가 좋다기보단 그냥 그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데에서 오는 관심 정도. 솔직히 넘버가 너무 좋음)
1막에서는 이런 혼란과 두려움이 에스메랄다를 향한 증오로 표출되는데, 여기까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굴절혐오의 일반적 양상이지만
2막에서는 결국 에스메랄다를 향한 자신의 사랑 내지는 집착(별로 사랑이라고 하고싶지는 않네여. 어디까지나 왜 안만나줘기 때문에...)을 받아들이고 신부로서 쌓아온 신앙과 신을 버리고 에스메랄다를 따라 지옥까지 따라갈 것을 울부짖는다. (근데 왜 에스메랄다만 지옥 보내냐고;)
Daniel Lavoie의 공연 영상을 보면 신부가 되어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부를 때엔 손까지 벌벌 떤다. 진짜로 구원받는 듯한 표정도.
그 영상에 달려 있던 댓글이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It's kind of torture to see Frollo tortured by love. So sad that a learned man didn't know how to love.'였다. learned man이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경우는 하도 많이 봤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커버린 어른의 사랑은 상대방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학대라는 점이 와닿는 프롤로..
아무래도 디즈니는 온가족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권선징악 결말이지만, 뮤지컬 그렇게 끝났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다.
에스메랄다는 프롤로의 사랑을 거절한 응보로 마녀로 몰려 사형당하고, 페뷔스는 너무 현실적으로 전형적인 여좋낫사(내가 만든 말임. ‘여자를 좋아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의 줄임말)라서 실제로 있을법한 결말이라 더 찝찝하고 그래서 좋았다.. 기억에 남잖아
난 근거없는 해피엔딩이 너무 싫어
공연 얘기를 하자면
연출도 인상적이고 앙상블의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너무 높아서 더 다채롭고 에너제틱한 무대였다.
확실히 영미권 뮤지컬과는 다른 프랑스 뮤지컬만의 특징들이 두드러지더라.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없는건 너무 아쉬웠지만...
콰지모도 Danse Mon Esmeralda나 페뷔스 Dechire에서의 무대 연출이 인상깊었음.

각각의 주인공들의 목소리 특징이 다 다르고 개성이 확실해서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 클로팽 역을 연기한 제이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힘있고 목 긁는 듯한 목소리라서 캐릭터가 되게 섹시하게 느껴진다. asile 부르짖을 때 너무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에스메랄다 엘하이다는 진짜 홀린듯이 들었다, 휴......
커튼콜 때 존 아이젠이 한국어로 대성당들의 시대를 불러준다. 그 후 앙상블을 포함한 모든 출연진들이 합창해주는데 내가 본 커튼콜 중 팬서비스 제일 좋았음.
늘 생각하지만, 클라이맥스 및 엔딩 급 넘버인 대성당들의 시대 Le temps des cathedrales를 오프닝에 넣어버린 패기와 센스에 감탄.
💺블루스퀘어 사이드 좌석
1층 4열 10 .. (결론: 비추)
사실 사이드석은 왜 vip값 그대로 받는지 모르겠다.
비추 이유 : 앞자리 시야방해 o , 전체 무대 연출 한눈에 안들어옴 (이게 제일 아쉽..)
좋은점 : 배우들 표정 잘 보이고, 노트르담은 사이드 좌석 고려해서 좌우로 많이 왔다갔다 해줘서 불편함 크진 않았다. 그러나 .. 좌석 고르기 귀찮음+빨리 보고싶어서 아무 vip석으로 고른 것을 꽤나 후회했던..
인기있어도 재미없는 뮤지컬도 많은데
간만에 행복한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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