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엔터사 NFT 활용 계획, 둘 다 아직은 막연하다. 그래도 SM이 더 기대된다.
하이브와 SM이 둘 다 메타버스와 NFT 활성화를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브의 핵심은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NFT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콘텐츠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생산>이다.
SM의 핵심은 <버추얼 메타버스와 현실의 긴밀한 연계로 현실에 없는 일이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유니버스를 창조>이다.
SM의 문장이 더 낭만적(추상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추구하는 상품 유형들은 비슷비슷하다.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영화, 애니메이션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싶다는 것이고 이렇게 다양화된 아이템들을 자연스럽게 묶어줄 수 있는 수단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상세계에서 수익화를 할 수 있도록 NFT를 활용하겠다는 포부다.
1) 하이브는 팬심을 잡고 싶은 거야 투자자만 모으고 싶은 거야?
(부제: 엔터사는 팬심을 잡아야 투자도 모일 텐데, 팬덤과 투자를 분리해서 보고 있어서 문제다)
솔직히 두 회사 모두 NFT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그걸로 사업 아이템과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이브는 영상 전반에서 다양한 활용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지만 영상에서 보여준 예시들이 너무 많고 와닿지 않아서 조잡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보는 내내 '이게 과연 팬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이브가 추진하는 IP 사업들이 전부 소속사 아티스트에 기반하고 하이브의 캐시카우는 BTS 팬덤인데, BTS 팬들 입장에서 반길만한 아이템이 전혀 없었다. 즉, 팬들이 아니라 투자자들을 위한 영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팬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가 팬들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사업 아이템을 선보이면 투자가 장기적으로 될까?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 수익 창출원을 팬에 국한시키지 않고 확장시켜야 한다. 근데 그러면 또 2021 하이브 브리핑에서 선보인 사업 아이템이 아이돌, 특히 BTS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떠한 어필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날 혼란스럽게 한다.
어쨌든 두나무와 지분 스왑으로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한 만큼, 현재로서는 엔터사 중에선 NFT나 블록체인 기술 보유력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다.
2) 그러나 하이브는 NFT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메타버스가 단순 유행이 아니라 제2의 현실과 같은 위상을 장기적으로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의 주체적인 수익창출 가능성이 핵심이다. 사람들이 현생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각자의 관심 즉 이해관계가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는 건 각자가 수익을 창출하고 또 구매할 수 있는 시장 거래 체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제 현실에 대한 관심의 반만큼이라도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몰두할 수 있게 하려면 "직접"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현재 성장하는 메타버스는 대부분 현실의 거래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리얼하고 재밌게 구사한 경우다. (제페토는 커뮤니티 기능이 더 강하고, 플레이어의 수익 창출 기회가 적기 때문에 10대들의 전유물로 남아있다.)
그런데 하이브의 NFT 활용법에 수익 창출의 주체는 여전히 기업이다. 기업이 팬덤에게 일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기존의 거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메타버스에 대한 유인이 절대로 생길 수 없다. NFT가 핫한 이유는 그게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인데, 팬덤이 아이돌 굿즈나 상품을 구매하는 목적은 자산 활용이 아니라 소유, 향유, 경험에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오프라인에서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고 공연을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잘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하이브의 메타버스는 기대되지 않는다.
NFT 상품 거래의 예시로 하이브가 제시한 것 중 하나가 <포토카드>다. 기존에는 포카가 음반에 무작위로 들어있었기 때문에 원하는 포카를 얻으려 다량의 앨범을 구매하거나 교환하고 거래하고 있지만, NFT를 활용하면 카드 클릭 시 연계 영상이나 음악, 목소리도 같이 제공되고 영구 소장과 전시가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나도 아는 덕후들의 니즈를 회사가 모른다니. 팬들은 포카도 뽑을 겸 팬사인회 당첨되기 위해 음반을 많이 사는 거 아닌가? 그리고 포카를 교환하고 거래하는 과정 자체도 일종의 유희다. 원하는 포카를 얻으려 서치하고 다른 팬들과 연락하는 행위 자체도 팬질의 일환으로 보이던데.. 무엇보다 포카는 <실물>로 가지려고 구하는 것 아닌가? 팬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포카를 들고 카페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실물 포카가 아니라면 다른 덕후들과의 소통이나, 포카를 들고 특정 장소나 생일 카페 등의 이벤트 공간을 방문하는 부차적인 소비 형태도 사라진다.
NFT는 기존의 판매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면 절대로 매력 없다. NFT 기반 활성화가 되려면 차라리 팬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 그걸 기업이 사든가 다른 팬들이 사는 식으로 판매해야 하고, 그때 비로소 NFT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독자성을 인정해준다는 장점이 살아난다. 아니 지금도 이미 기업이 만든 IP는 법적으로 복제, 위조 못하지 않아?
2-2) SM은 하이브보다 NFT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
하이브가 예시로 든 NFT 포카를 보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SM의 AR포토카드. 일전부터 SM은 실물 포토카드에 핸드폰 앱을 가져다 대면 그 포카 위로 아티스트의 모습이 AR로 떠오르는 아이템을 판매한 적이 있다.
내가 SM이 더 낫다고 확신하게 된 건 'RE-Creatable'에 대한 계획을 들었을 때다. 위에서 말한 하이브의 단점을 그대로 보완하고 있고 그래서 NFT와 메타버스를 더 잘 이해하고 있음이 확 드러나는 대목이다.
SM은 SMCU(SM 소속 아티스트들이 모두 만나는 유니버스다)에서 CAWMAN을 생산하겠다고 한다. (Cartoon-Animation-Webtoon-Motion graphic-Avatar의 약자가 CAWMAN이다). Re-Creatable은 이렇게 생산된 모든 콘텐츠들이 NFT로 연결되고, 100명 1000명이 머리를 모아 창조력을 발휘해 하나의 NFT 콘텐츠를 함께 생산하고 NFT의 퍼센티지를(지분 개념) 소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프로슈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아 솔직히 이 대목에서 하이브의 브리핑을 보며 계속 들었던 답답함이 좀 시원하게 해소됐다. SM은 NFT 활성화를 위해선 프로슈머들이나 일반 대중들이 생산에 참여하고 그를 통해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든 NFT예시는 SM이 이미 예전에 했던 AR포토카드의 실물 카드도 없는 버전에 불과해서 '굳이 이걸 NFT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10년이 뭐야 20년 전부터 오타쿠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상세계에 대한 열망을 추구하던 SM의 덕후력이 여기서 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물론 실제로 플레이어의 수익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을 SMCU 가상세계로 유입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개인적으로 디센트럴랜드만큼 잘 만들어서 활성화할 수 있길 바란다.
3) SM은 꾸준한 오타쿠라서 성공할 것 같다.
하이브가 메타버스 NFT를 언급했을 때에는 돈에 혈안이 되었다는 식의 욕을 많이 먹었다. 실제로도 브리핑 영상을 보면 뭔가 메타버스나 NFT 사업에 진정으로 열망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요새 핫한 기술이고, 돈이 되니까 그 기술에 맞게 콘텐츠를 끼워 맞춰서 이것저것 구상해봤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SM의 발표가 하이브보다 더 막연하고 추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와닿는 이유는 가상 세계는 SM이 보아 시절부터 꿈꾸던 것임을 예전부터 티 내 왔고, 실제로 최근에는 에스파 뮤비에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행동하는 오타쿠다. 그래서 단순이 이게 신기술이라 돈 벌려고 적용하는 느낌보다, "그래.. 너 원래 이런 거 좋아하지.. 드디어 하는구나.. 좋아 보인다.."가 된다.
4) 수만리 지분은 어떻게 되는 거죠. CJ?
근데 SMCU나 가상세계 대부분이 이수만 씨의 숙원사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수만 지분이 CJ로 매각되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건지 궁금하다. 이수만의 경영 참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왜 굳이 지분을 정리한 걸까?
5) JYP
JYP도 NFT 도전한다던데 솔직히 거기는 별로 안 궁금해서 안 알아봤다.
여태까지 디센트럴랜드랑 오픈씨 끄적이길 좋아하는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의 평가였다.
그러나 어쨌든 메타버스나 NFT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나 같은 키보드 워리어들의 무한 참여가 중요한 만큼 나름의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내기 위해 현 행태에 대해 고민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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