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7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 파블로 네루다

Ipse! 2021. 4. 16. 18:34
스무 편의 사랑의 노래 대부분에 한 편의 절망에 대한 예감이 담겨있다.

그 점이 좋다.
행복하기만한 사랑의 시는 내 취향이 아니다. 현실적이지도 않다.


#
이 시집은 제목이 다 했다.
안 펼쳐볼 수가 없는 제목.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라고 쓰여있기는 하지만
스무 편의 사랑의 노래 대부분에 한 편의 절망에 대한 예감이 담겨있다.
사랑의 시라고 하면 열정과 로맨스, 행복감만을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그 속에서도 불안감과 고뇌와 갈증이 드러난다.
그 점이 좋다. 행복하기만한 사랑의 시는 내 취향이 아니다. 현실적이지도 않다.

#
그런고로 제목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면 우선 내용을 살펴본 후 결정하시는 게 좋을듯...근데 나는 오히려 내용 때문에 애인의 시집 선물로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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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나는 네가 조용한 게 좋아>다.
그중에서도

내가 네 침묵으로 말하게 해 다오
램프처럼 밝고 반지처럼 단순한 그걸로.
너는 고요와 성좌가 있는 밤 같다.
너의 침묵은 별의 그것이다, 그렇게 멀고 단순한.

나는 네가 조용한 게 좋아: 그러면 네가 부재하는 듯하고,
마치 네가 죽은 듯이 멀고 슬픔에 가득 차 있는 듯하리.
그제서는 한마디 말, 한 번의 웃음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행복하다, 그게 그렇지 않다는 행복

라는 구절이 좋다.



우리 집은 각자 책장이 따로 있다.
언제 엄마 책장에서 읽을 책을 구경하는데 엄마가 옆에 와서 시집 하나를 꺼내더니, 시 하나를 읽어보게 시켰다

감상을 물어보길래 솔직하게 별 생각 안 든다고 했더니 엄마는 다행이라고 했다.
본인은 옛날에 이 시를 읽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는데, 나는 이 시를 봐도 슬프지 않다면 본인이 겪은 아픔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너무 다행이라고

겁나 감동받았는데 나는 무뚝뚝한 딸램이라 티는 안 내고 방에 들어와서 혼자 일기에 썼다.. 초 감격이라며..

그 후로 처음으로 시집을 샀고, 소장한 시집은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어 본다.
옛날에는 분명 감동적이었던 시가 다시 읽으면 이상하게 아무 느낌이 없기도 하고, 아무 감흥 없이 넘겼던 시가 어느 날엔 넘나 와닿기도 한다.
그러면 시를 통해서 내가 요즘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부분에서 감수성이 자극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나이 들면 시를 그렇게 좋아하게 된다는데 나는 나이를 먹고 있나 부다... 쩝!


# 내가 가지고 있는 시집 리스트
1)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_파블로 네루다
2) 잎 속의 검은 잎 _기형도
3) 파리의 우울 _샤를 보들레르
4) 악의 꽃 _샤를 보들레르
5)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_윤동주
6) 헤르만 헤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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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 이 고독한 밤을 위하여>
절판된 시집인데 너무너무너무X100 읽고싶고 갖고싶다 ...엉엉

#
기형도 시집은 .. 당신이 젊은 시절 기형도 시인을 건너 알던 선생님이 선물해주셨다.
어른이 주는 시집 선물에는 뭔가 큰 의미부여를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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