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질문 하나

장식장과 옥수수의 공통점

Ipse! 2024. 1. 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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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놓을 장식장을 몇 개월째 고르고 있다.

가구는 한 번 사면 오래 쓰고, 새로 바꾸려면 이전에 쓰던 걸 처분하기가 여간 복잡하고 귀찮은게 아니라서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가구 사이트에 들어가서 ‘장식장’, ‘장식장 나무’, 아니지 ‘장식장 블랙’ 블랙은 또 별로네 .. 하면서 이것저것 찾다보면 어쩐지 마음에 확 꽂히는 게 없어 포기하게 된다.

그나마 감흥없는 것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장식장을 장바구니에 넣다보면, ‘아 차라리 가구를 꼭 지금 사야겠다는 집착 없이 평상시에 돌아다니다가 문득 한 눈에 반하는 가구를 사는게 로맨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장바구니를 닫고 다시 장식장 사기는 기한없이 밀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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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적당한 야근을 하고 그때까지 남아있던 동료들과 맥주집에 갔는데, 유부남 선생님이 ‘지금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될까?’에 대해 고민하는 미혼의 남자 선생님에게 해준 이야기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한 인디언 부족 중에는 성인식을 할 때 거대한 옥수수밭을 통과하면서 ‘가장 큰 옥수수’를 따오게 시킨다고 한다. 대신, 한번 옥수수를 선택하면 그 이후에 나올 옥수수를 선택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여태까지 만난 옥수수와 앞으로 만날 옥수수 사이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해야한다고. 그래서 최대한 많은 옥수수를 확인해보고, 한번 옥수수를 선택하면 ‘더 큰 옥수수가 있었을거야’라는 불안과 아쉬움은 잊는게 좋다는 것이 그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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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장도 직장도 사람도, 모든 선택은 ‘더 큰 옥수수가 있을거라는 기대감’과 ‘방금 지나친 것이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옥수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불안감’ 사이에서 헤매며 결정하는 사안들이다. 결국엔 모든게 옥수수다.

24년에는 이런 기대감과 불안감이 느껴질 때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보다는 ‘중요한 선택을 할 기로’에 있는 상황임을 알려주는 단서로 생각하고 좀 더 초연하고 침착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