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 스터디] 이기적 유전자 / 후기, 발제

Ipse! 2021. 8. 2. 21:50

수정하다가 삭제됐다.. 백업기능이 있어서 성격 나빠질 뻔 했는데 방지됐다 …. 휴
예전 스터디에서 했던 내용과 섞인 부분을 구분하고
두 스터디의 성격이 다르니까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아. 향후에 추가할 예정 ,
자료 백업을 생활화하자 …….

Intro.
친구들과 독서스터디를 새로 시작했다.
내가 평소 독서'논의' (토론 아님)에 가지던 니즈는
1) 빻은 얘기도 맘껏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익명 스터디를 늘 갈망했다)
2) 서로의 지적 역량을 뽐낼 수 있어야 하고 (= 뽐낼 지적 역량이 있어야 하고)
3)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였는데, 이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특히 현실 지인들임에도 익명성 따위 필요없이 1번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다들 어디가면 욕 먹을 의견도 자유롭게 개진한다)

2번, 지적역량은 말할 것도 없고!
다만 다들 경영대라서 내 옛친구 NY이를 너무나도 영입하고 싶다. '인문학에 관심 많은 똑똑한 공대생 (그러면서도 진심 개 잘 노는)'이라는 유니콘 같은 친구다.
물론 지금도 다 같은 경영대여도 마케팅, 전략에 관심 있는 그룹과 회계, 재무에 전문화 된 그룹으로 나뉘어서 또 재밌다.



Main
전체적 감상 : 호불호
(독서스터디에서 논의한 내용을 수합해서 하나로 정리했다)

책 중반에서부터 게임이론이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 (저자가 게임이론을 직접 언급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 논리를 매우 자주 사용한다) 우리 전부 게임이론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실에 큰 흥미를 느꼈는데, 저자는 게임이론을 생존 기계의 행동 동인보다는 행동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했다. 즉, 생존기계를 조종하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존기계로서의 생명체가 특정 행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보다는 '생존기계, 혹은 그것들로 이뤄진 집단이 특정 양상은 (게임이론에 따라) 이러이러한 단계를 밟은 결과이다' 라는 순차적 설명과 현상 분석에 의거한다는 점에서 좀 아쉬웠다.

생존 기계 중 인간에만 예외를 두는 점 ( 11장 밈meme, 복지사회 등 )과 그 예외두기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점도 좀 아쉬웠다 (사실 11장 밈에서 열심히 설명하는데, 뭔 소린지 잘 와닿지 않는다. 설명하기 위한 설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혹자는 이과생이 문과 영역을 문과 감성으로 설명하려다 뇌절한 것 같다고도 했다)
결국, 생존기계로 완벽한 예시로 들 수 있을 행동을 하는 것은 동물인데 (동물의 사례를 많이 들고 있다) 한 친구가 말했듯이 "우리가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이 책을 읽는건 아니잖아?".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는데, 결국 유전자-생존기계 논리를 궁극적으로 적용하고 싶었던 인간에게는 예외를 두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일단은 문과로서 가장 작은 사고의 단위가 <개체>였던 우리에게, 개체를 더 쪼갠 세포와 유전자 단위로까지 사고를 '확장' 시켜준 점! 이 정말 좋았다.
경제학도 미시 다음에 거시를 배우고, 아무래도 문과들의 학문과 배움은 대체로 개체->집단->사회->국가->세계… 의 순으로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으로 거시적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에 익숙한데,
개체를 더 작은 분자까지 쪼개고 들어가서 <미시적인 세계>를 보는 것도 오히려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평소 인간은 본능적인 동물에 불과하다는 논리(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를 좋아하던 내게, 비슷하지만 다른 논리를 제공해줘서 고맙다. 딱히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큰 줄기에 반박해 볼 생각은 한 적 없는데, 이기적 유전자는 그러고 있다. 진화론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두번 읽어보면 좋겠다.


Main 2
흥미로웠던 내용, 발제, 논의

1.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
다른 외적, 환경적 우위를 지녔던 종족을 이기고 종국엔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그들이 다른 종족보다 더 큰 전두엽을 지녔기 때문이란다. 전두엽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미래를 생각하는 능력과 연관된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떠올랐다. 인간을 생존하고 성장하게 한 핵심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경험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연결짓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면 유사한듯. 다음에 같이 읽어봐도 좋을듯.

2. 이타적인척 하는 이기적 유전자
한 친구가 전에 본 다큐에서 게임이론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이기적 개체와 이타적 개체 중 어떤 개체가 살아남을까, 세대를 많이 거치면 사회는 어떤 개체들로 구성될까에 대한 실험을 한 결과 해당 사회는 '이타적인척 하는 이기적 개체'들로만 구성됐다고 한다.
스터디에서 인간의 이타적 행위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고, 그에 대한 연장선으로 복지 사회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나는 복지 혹은 이타적 행위를 설명하기 위한 논리 중 롤스의 암묵적 합의를 가장 좋아해서 공유했다. 그런데, 나는 암묵적 합의의 동인이 '내가 최소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자기중심적-일면 이기적-인 합리성에만 기인한다고 생각했는데, 암묵적 합의의 근거를 설명하는 주장 중에 연민과 공감에 의거한다는 의견도 있음을 친구가 알려줬다.

아 -_- 쓸데없이 서술어가 남발되니까 아테네st… 대화 형식으로 쓰자면
A: 좋은 유전자만 남길 수 있는 생존기계를 추구한다는 논리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으로 장애를 겪는 유전자는 자연적으로 도태되었어야 논리적으로 자연스러운데, 생존기계가 하자 있는 유전자를 보존하고자 한다는 것은 유전자의 오류가 아닐까? 복지사회와 이타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B: 내가 최소수혜자가 될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구제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서 -즉 유전자의 퀄리티를 떠나 일단 생존해야 한다는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생존기계가 복지 사회에 암묵적으로 합의했을 거라는 논리가 생각난다
C: 그런데 그 암묵적 합의도 이기심만이 아니라 연민과 공감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B: 연민, 동정심의 성립조건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인 경우, 두번째는 나의 책임으로 발생한 일이 아닐 경우, 마지막은 그 사람의 책임으로 발생한 일이 아닐 경우이다. 즉,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을 때 작용하는 일종의 우월의식이 연민이자 동정심이라고 생각한다.
A: 얘는 진짜 뼈속까지 성악설 믿는다니까.

3. p237 그러나 어떠한 이타적 시스템도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그것은 그 시스템을 착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기적 개체에게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B: 이타적 시스템, 복지 사회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 자연에 反하는 - 제도일까?
C: 그치만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앞서 책에서도 게임이론 (나는 헤겔의 정반합으로 이해했다)에 따라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류 특성들이 계속해서 변화하듯이 유동적인 거라고 생각하면 이 문장은 단기적 관점에서 시스템을 조명한 것 같아
B: 자본주의 혹은 복지사회 1.0 , 2.0 ...4.0 같은 거구나

이타적 시스템의 한계를 비판하는 논지로 쓸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C의 말을 들으니 <불안정 하다는 것은 곧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문장이 생각났다. 불완전한 모든 것들은 완전을 향해 발전할 수 있다. 이타적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이 불안정하다해서 그것이 존재 자체로 문제고 타파해야될 대상이 될 순 없다. 오히려 완전해질 잠재력을 가졌다고 믿고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C덕분에 한 층 성장했다.. 후후.. 사람은 역시 대화를 해야해

4. 난자 vs 난자 이용권
이거는 블로그 같이 공개된 곳에 쓰기엔 너무 날 것이라 내 노트에만 적어둬야지.
교미와 피임에 대한 부분에서 나눈 이야기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교섭권은 교미를 미루는 것에서 나오고, 남성은 여성의 난자를 확보하면 바로 흥미를 잃는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때 내가 <피임 기술의 발달로 난자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교미는 한 상태에서, 유전자가 피임이라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미=난자획득 이라는 야생의 논리만 가지고 있다면 교미 만으로도 위와 같은 흥미 절감 효과가 날까?> 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꽤나 일리있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4.
남성은 성을 추구하는 헌신사기꾼
여성은 헌신을 추구하는 성 사기꾼

5. 유전자/개체/종을 어디까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까?
최소 단위를 개체로 둔 사고에 익숙한 나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유전자 단위에 근거한 서술을 개체로 읽어 뇌절이 오는 경험을 종종 했다. 이에 대해서는 개체나 종의 존속에 더 이득이 되는 행동처럼 보여도 유전자의 대안이 있을 것이고, 그게 유전자 입장에서도 ESS, 즉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의 대안이었을 거라는 친구의 설명이 이해에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