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헤르만 헤세_ 데미안 / 후기, 발제

Ipse! 2021. 9. 3. 00:57

[결론]

재밌다. 작가가 깨달은 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설로 제대로 풀어썼다.

인생 책 리스트에 넣고싶네요.. 나 같이 청년기에 속한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줄 책이다.

후반부에는 조금 영적수련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는데, 뭐 그럴 수 있지.

 

[같이 읽기 좋을 책 추천]

밀 - 자유론

그 외 실존주의 철학서적

 

[질문. 발제]

1) 데미안은 주인공 본인인가봐.

내면의 양심.. 자성.. 깨달음.. 뭐 이런게 아닐까?

1-1) 그러면 베아트리체, 혹은 데미안의 엄마는 뭘까? 내면의 근원?

에바 부인이 나오면서부터 소설에 조금 영적인 분위기가 난다.

 

2) 프란츠 크로머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왜 그동안은 그 사건을 숨겨두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프란츠 크로머를 떠올리라고 했을까?

프란츠 크로머는 주인공이 처음으로 갈등과 고뇌를 겪고 부모와 가족의 울타리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나게 된 사건이다. 일종의 자상과도 같은 일탈이자 필연적인 갈등이었는데 그걸 깨달아야 본인의 내면을 완전하게 돌아볼 수 있음을 의미하는걸까?

 

3) 서구사회는 성장 단계별 고찰을 좋아해

데미안 초반부는 루소-에밀이 생각난다. 성장단계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루소도 그렇고 프로이트도 그렇고.. 당시 주류? 유행?인 사고 방식이지 않았나 싶기도.. 

후반부에 주인공이 깨달아가는 부분에서는 밀-자유론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자신의 독자적인 운명을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부분과, CH.7 에바부인이 카인의 후예임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개인의 독창성과 소수의 천재를 강조하는 자유론이 많이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 같이 읽은 책들이어서 더 그런 것일수도.

 

4) p293. 나는 왜 군중에 속하는가?

데미안의 말대로 내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 공백을 사회와 집단의 평가, 이해로 채우기 위해 군중과 어울리는 걸까

4-1) 그렇다면 스스로 충만한 사람은 군중에 속하지 않으려고 하나?

 

5) 와 데미안 묘사부분에서 에반게리온 나기사 카오루 떠올랐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네 !? 신기해라

묘사 부분: 지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데미안의 얼굴은 어른도 어린아이도 아닌,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쩌면 몇 천 년은 산 것 같은, 시간을 초월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는 다른 시대의 각인이 찍힌 얼굴처럼 보였다.

나기사 카오루

나기사 캐릭터 디자인 할 때 데미안을 오마주한 것이 분명하다..

 

6) 관련 이차창작물 보고 싶다.

뮤지컬이나 연극.. 연극이라면 국립극단이 해줬으면.. 

 

7) 이중성, 양면성

흑과 백, 밝음과 어두움, 선과 악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하고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 두 세계를 넘나든다.

아프락사스 자체도 악한 신의 이름이다.

·그러나 세상은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다른 것 모두를 악마의 탓으로 돌려버린 거야. 그렇게 세상의 절반을 은폐하고 묵살하는 거지.

·아니면 악마까지도 자기 속에 포함하는 하느님을 창조하든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런 일이 일어나도 눈감을 필요가 없는 신 말이야.

데미안은 흔히 악으로 규정되는 것들은 모두 매우 자연스러운 본능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최근 읽은 밀-자유론에 나온 문구가 생각났다.

자유론 p118 "기독교 도덕이란 모두 어떤 것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이 특징이다. 대개는 이단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 도덕이 지향하는 이상은 긍적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고, 적극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이며, 고귀함보다는 결백함을 중시하고, 선을 열정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악을 멀리하는 것이다. 그 계율에도 '하지말라'는 말이 '하라'는 말보다 지나치게 두드러진다."


인상깊었던 구절들

(많음 주의) 쓱 쓱 읽어보다가 하나라도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있다면 책 전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유리문 오른쪽에 아버지의 모자와 어머니의 양산이 걸려 있었다. 이 사소한 것에서조차 그리움과 사랑이 나에게 홍수처럼 쏟아졌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보다 더 그립고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것은 나에게 더 이상 위안이 되지 못했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었으며, 단지 비난일 뿐이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밀을 가졌든, 얼마나 많은 공포를 가졌든, 오늘 이 방에 갖고 온 것에 비하면 장난이었고 농담이었다.

 

·나는 곧 그 새로운 감정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 나는 사죄하고 싶었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사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느낌으로 나의 세계가, 아름답고 행복했던 나의 삶이 과거의 것이 되어 나에게서 떨어져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나는 죽음을 맛보았다. 그 맛은 씁쓸했다. 왜냐하면 죽음은 탄생이고 새 삶에 대한 두려움이며 근심 걱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카인의 이야기를 아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 카인이나 그의 이마에 찍힌 표지만 해도 그렇지 않니?

아니. 그건 분명한 사실이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때려 죽였더. 그게 정말로 자기 동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아무튼 개성 있는 사람은 성경 이야기에선 언제나 손해야.

 

·감정의 일부분을 사상으로 바꿀 줄 아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는 이런 생각이나 경험은 없다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때만큼 깊이 체험하고 깊이 고민했던 일은 없었다.

 

·아,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일은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을 걷는 일이라는 것을!

 

·동물이나 사람이나 그의 온 정신과 의지를 하나로 모을 수만 있다면 그런 수준에 도달하게 돼

네가 어떤 사람을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너는 그 자신보다 그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돼

 

·부나비는 오로지 자기에게 의미 있고 가치있는 것, 꼭 필요한 것, 그가 무조건 가져야만 하는 것을 찾았던 거야. 바로 그래서 맏을 수 없는 일까지도 달성할 수 있게 된 거지.

 

·공상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그러나 그런 일은, 실제로 실행할 수 있고, 맹렬한 의욕을 갖게 하는 일이면서, 그 열망이 내부에서 단단히 자리잡아서 내 존재 자체가 그 욕망으로 화해버린 경우만으로 한정되는거야. 그렇게 되면 너의 마음속에서 우러난 명령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고, 너의 의지를 잘 훈련된 말처럼 마음대로 부릴 수가 있게 되는거야.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거야.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을 견디지 못해. 불안해지거든. 만약 네가 누구에게 뭔가를 원한다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 그런데도 그가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면 그 일은 깨끗이 포기하는 게 좋아.

 

·그러나 세상은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다른 것 모두를 악마의 탓으로 돌려버린 거야. 그렇게 세상의 절반을 은폐하고 묵살하는 거지.

 

·아니면 악마까지도 자기 속에 포함하는 하느님을 창조하든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런 일이 일어나도 눈감을 필요가 없는 신 말이야.

 

·그러니까 금지된 것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거야.

 

·매일 밤 단골 술집에 앉아 있는 파우스트를 상상할 수 있니?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우연이란 없다. 절대적인 필요가 그것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설마 두 다리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친구들을 다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떤 인간을 증오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들어 있는 그의 모습을 증오하는 거야. 우리 내부에 없는 것은 절대로 우리를 흥분시킬 수 없어. 우리가 보는 사물은 우리의 내부에 있는 것과 똑같은 거야. 우리 내부에 갖고 있지 않은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아.

 

·가끔은 귀찮아서 그를 쫒아내면서도 나는 그 역시 내게 보내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에게 쏜 화살이, 지금 그의 심장에 꽂힌 화살이 그의 무기창고에서 빌린 것이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그가 가끔 나에게 짓궂게 말하던 자책의 말을, 내가 지금 날카로운 형태로 모질게 다시 던졌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수치심을 느꼈다.

 

·각성한 인간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하나, 자기 자신을 찾고 각오를 단단히 한 다음 자신의 길을 더듬어 전진하는 것, 그것이 어디로 가는 길이든 그대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그런 것을 위해 태어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누구에게나 진정한 천직은 오직 하나,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것뿐이다. 자기만의 독자적인 운명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의 내면에서 완전히, 그리고 철처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밀 자유론 _ 개인의 독창성과 개성의 중요성 부분이 생각난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의 노력은 그들의 의견과 이상과 의무와 생활과 행복을 군중의 것으로 획일화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말이 너무 많아. 아는 체하면서 떠드는 건 의미 없어.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지.

 

·하지만 그것은 군중의 모임일 뿐이야. 두렵기 때문에 모여서 서로 기대는 거지. 상류계급은 상류계급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끼리, 학자는 학자끼리. 그들은 왜, 무엇이 두려운 걸까? 자신과 일치할 수 없을 때 인간은 두려움을 갖게 돼 그들은 한번도 자신을 성찰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야.

 

·돌이켜 생각해봐! 정말 그렇게도 괴로웠나! 그저 힘들고 괴롭기만 했던가? 멋지고 아름다웠던 때도 있지 않았나? 그보다 더 근사하고 쉬운 길이 과연 있을까.

 

·사랑은 구걸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아니야. 자기 내부에서 사랑을 확신하는 힘이 있어야 해. 그러면 사랑은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이끄는 것이 돼.

넌 지금 나에게 이끌리고 있는 거야.

 

·그는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을 상실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네 운명은 당연히 널 사랑해. 네가 운명에 충실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네가 꿈꾸는 대로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