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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vs 일산 신도시 취향 대결 (근데 현대백화점을 곁들인)

Ipse! 2021. 9. 26. 18:57

이미 여성 타겟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어느 쇼핑몰을 가도 구성이 비슷하다.
따라서 차별화를 주기 위해선 남성 고객의 니즈를 활용해야한다.
남성들이 눈 돌아갈 만한 브랜드를 센스있게 모아둔 공간이 있다면
그 곳이야말로 차별화된 놀이 공간으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인트로
현대백화점 분당 판교점과 일산 킨텍스점의 입점 브랜드와 문화센터 강좌 유형을 비교해서 두 지역의 소비 취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의미를 시사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크게 1)다이닝 2)여성패션 3)남성패션 4)문화센터로 나눠볼 예정이다.
이 글은 전반적으로 피에르 부르디외의 세 가지 사회자본인 경제, 사회, 문화자본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하비투스(계급, 행위, 구조를 결정하는 사회적 습관) 개념을 빌려쓰고 있다.

포스팅의 계기가 된 가설
1. 강남접근성이 두 지역의 경제/사회/문화 자본에 영향을 미쳤을까?
2. 경제/사회/문화 자본의 수준을 소비취향을 통해 엿볼 수 있지 않을까?
3. 백화점이 제공하는 서비스 및 포지셔닝에서 지역 주민의 소비 취향이 드러나지 않을까?

▶ 한 개인의 소비 취향은 그가 속한 사회적 집단의 영향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소비 취향을 통해 특정 집단의 하비투스를 분석하면 그 집단이 지닌 세 가지 사회자본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요
1. 현대백화점 분당 vs 일산 지점의 입점 브랜드 통해 소비취향 분석
2. 분당과 일산의 강남 접근성 비교
3. 강남 접근성과 소비 취향 차이 간에 상관성이 있는가?

왜 강남접근성?
아마 왜 분당과 일산의 소비 취향을 분석하는 글에 강남접근성을 운운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우선 분당과 일산을 비교군으로 설정한 이유는 두 지역이 같은 수도권 1기 신도시로 비슷한 시기에 개발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 통근러가 많은 베드시티(Bed City)인 수도권 특징 상 회사 밀집 지역인 강남과의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변수다.
(사실 신도시 개발은 1기 분당-일산, 2기 판교-운정으로 나뉘긴 하지만 편의상 퉁치겠다)

1) 다이닝

의식주는 소비와 계급의 관계가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백화점에서는 이 중 의(衣)와 식(食)을 제공하고, 개인적으로는 옷보다 음식에서 여유 소비 자본의 차이가 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고로, 다이닝 부문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인상깊었던 것은 각 지점의 온라인 홈페이지 내 [다이닝 키친] 카테고리의 첫 화면 차이였다.
킨텍스 점은 입점 브랜드가 먼저 보여지는 것에 반해, 판교점은 상단에 나름의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

판교점과 킨텍스점의 음식 점포 수 차이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의 1/4 수준.
그러나 일산 지점은 백화점 바로 옆에 각종 음식점과 상가들이 들어선 '일산 가로수길'과 먹자 골목이 존재하기 때문에 백화점 내 음식점 개수가 적어도 상관없다. 먹자 골목은 백화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이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반면 판교 지점은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차있으므로 백화점 내 음식점이 많을수록 이용에 편리하고, 사람들을 오래동안 체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백화점에 들어있는 음식점 수를 보여준다. 일산점이 너무 적은 것일 뿐!

2) 패션 (衣)

1) 여성패션
2) 남성패션
조사 전에는 여성패션 부문에서 취향 차이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여성패션에서는 두 백화점 간 입점브랜드 차이가 크지 않았다. 두 지점이 제공하는 입점브랜드 유형이 거의 유사하고, 이는 두 지역의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로 했다.
오히려 입점 테넌트 차이는 남성 패션에서 분명한 점이 흥미로웠다.

입점 브랜드를 비교할 때에는 브랜드의 다양성과 브랜드의 가격 포지셔닝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판교점에 좀 더 다양하고 젊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미묘하게 더 많이 입점되어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흥미로운 부문은 <남성 층의 라이프스타일 부문>이다.
여성 패션 층에는 취미 생활보다는 쇼핑 자체를 위한 점포 구성이 주를 이루는 것에 비해, 남성 층에는 누가봐도 취미 생활을 저격할 수 있는 브랜드로 기획한 점이 재밌다. 그리고 지점 별로 입점 브랜드의 성격 차이가 제일 두드러지는 부분도 이 곳이다. 판교점은 음향기기, 소니 라운지 같은 IT기기/ 자전거 / 맨즈뷰티 브랜드가 눈에 띈다. 반면 일산점은 등산복 같은 스포츠 의류를 파는 곳이 많다.

3) 문화센터

문화센터 강좌도 비교해보자. 판교점은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양 프로그램이 많았고, 일산점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키즈 교육 콘텐츠가 많았다. 문화센터가 대부분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여가나 소비 패턴을 분석하기에는 여성패션층 보다는 문화센터를 확인하는게 더 정확하겠다.

사실 문센 구성은 주 별로, 월 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위의 장표처럼 딱 잘라서 분류하기엔 너무 일반화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두 지역 모두 가족 단위 거주자가 많지만 연령대나 가족 구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구 구성도 확인해야할듯 (뇌피셜로는 판교는 신혼부부 혹은 자녀가 없거나 적은 30-40이 주로 거주할 것 같고, 일산은 초딩~청소년 자녀들을 둔 40-50이 많을 것 같은 느낌)
▶ 데이터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

약간 결론

+) 결론 파트의 '경제', '사회' 부분 보완 필요
+) 판교와 일산의 집값은 강남 접근성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은 자명
+) 강남 접근성과 소비취향 간에 영향성 있음. 백화점 내 입점 브랜드의 유사성 정도를 통해 유추 가능
+) 소비취향 및 문화센터 강의 종류는 주민 연령대와 가족 구성 형태의 영향도 받았을 것

진짜 결론

강남접근성이 두 지역의 경제/사회/문화 자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경제/사회/문화 자본의 수준을 소비취향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소비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 중 하나인 백화점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및 포지셔닝을 비교 분석해보았다.

흥미로운 발견은 남성들의 취향은 남성패션층에서 두드러졌고, 여성들의 취향은 패션뷰티 테넌트보다는 문화센터에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최근 스타필드같은 복합문화쇼핑센터는 남성들을 위한 공간 구성을 많이 만드는 추세다. 전자기기를 모아둔 일렉트릭존이나, 남성 타겟의 브랜드만 모아 놓은 자체 편집숍을 운영한다. 몰(Mall)이 더 이상 단순 쇼핑센터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 놀이 공간으로 변모되기 위해선 여성의 쇼핑을 따라온 남성들도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껏 여성이 오래동안 체류하며 돈 쓰려고 왔는데, 같이 따라온 남성이 피곤에 쩔어 힘들어하면 쇼핑 유인이 떨어지니까!

다만 이 분석을 통해 든 생각은, 남성 타겟 브랜드들을 위한 별도의 영역을 구성하는 것에는 단순히 일행의 체류 시간을 높이는 것보다 더 큰 효용이 있을 것 같다는 것! 이미 여성 타겟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어느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가도 구성이 비슷하다. 더 현대 서울이 처음 오픈했을 때도 '백화점 3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가 없다는 사실이 꽤나 화제가 됐었다. 당연히 그 정도 규모의 쇼핑몰에는 있어야 할 브랜드가 없으니 다들 의아한거다. 따라서 내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기획한다면 차별화를 위해 남성 고객의 니즈를 활용할 것이다. 남성들이 눈 돌아갈 만한 브랜드만 센스있고 기깔나게 모아둔 공간이 있다면 그 곳이야말로 차별화된 온가족의 놀이 공간이자 쇼핑 공간으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p.s. 스타필드가 유통 3사 중엔 제일 남성 고객의 경험을 신경쓰는 편이다. 고로 지금이 막차다....

p.s.
다만 아내들이 여길 가는걸 좋아할지 싫어할지... 물건을 계속 사댈까 두려우면 꺼려할 것 같고, 같이 신나게 따라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좋아할 것도 같고.. ▶ 근데 이것도 웃겨! 자식도 아니고 남편인데 부부 모두를 위한 쇼핑 공간이 한 곳에 있다면 아마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더욱 다채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게임기를 팔지 않을 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