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전시

포인트투파이브세컨드 전시 : 당신은 당신이 걸어온 길을 후회하나요?

Ipse! 2024. 1. 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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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투파이브세컨드는 향수 브랜드인데, 전시를 자주 연다.

아트파인더에서 데이트립으로 전시 일정 참고 어플을 바꾸고나니, 이런 문화공간이 더 잘 포착되어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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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서강대 근처였는데, 불과 몇개월만에 굉장히 다채로워졌다. 물론 나 신입생때와 비교하면 말할 것도 없다.

한창 21년~22년 사이에 건물들이 많이 밀렸는데, 낡고 층고가 낮은 공업/창고용 건물들이 밀리고 그 자리에 층수가 높은 오피스/상가용 건물들이 대거 들어왔다. 자산운용사에서 입지 잡고 인근 주민들 커뮤니케이션 해서 한번에 개발한걸까?

덕분에 이벤트 밀도가 매우 높아졌다. 개인 카페뿐만 아니라 소품샵도 들어와서 숲길 따라 걸으면서 즐길만한 가게가 많아졌다. 

 

포인트투파이브세컨드 전시 진행된 곳도 여기도 원래 중국인 단체 여행객 대상 화장품 면세점이었는데 재밌는 장소로 바뀌어서 좋다 (상설 공간인지, 브랜드 바꿔가면서 팝업하는 곳인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공연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못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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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화두는

'수많은 갈림길 속에서 선택과 후회를 반복하며 헤매며 걸어온 당신. 당신은 그 길을 후회하나요? 당신은 그 길이 불안한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거쳐온 길은 찬란합니다'.

 

전시 순서는 거기에 맞게

1.과거로부터의 메세지 : 현재의 삭막함과 과거의 순수하고 빛났던 기억들 (미궁)

2.미래로부터의 메세지 :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냉정한 현실 사이의 불안함과 공허함. 헤매임. (미로)

3.Embrace : 자신보다 앞선 혹은 뒤의 시간선을 따라 미궁과 미로를 걸어온 개개인이 한 공간에서 만나 각자의 시간과 사유를 채울 수 있는 빈 공간

4.025S Perfume bar & Tea Catering : 전시 테마에 맞는 향을 시향하고, 향이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건, 각 Phase 컨셉에 맞는 향이 만들어져있는 만큼 전시를 보는 공간에서도 그 향을 체험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 공간이 너무 커서 향이 다 날라간건지, 아니면 애초에 뿌려두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향수 브랜드인 만큼 향이 더 강렬하게 났으면 마지막 시향 단계에서 좀 더 '아 그게 이 냄새였구나'하는 재미가 있었을듯.

 

'걸어온 길'이라는 메세지에 맞게 커다란 공간에 가벽을 세워서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어놨다.

각 phase의 테마에 맞게  미궁(고독)/미로(헤매임)/빈공간(사유)를 길과 공간으로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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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1. 과거로부터 온 메세지 (미궁)에는 소설에서 발췌한 메세지들을 배치해두었는데, 전부 흥미로워 보여서 다 읽어보려고 적어왔다. 요새 소설 읽을 생각이 별로 안들었는데 덕분에 읽을 책 리스트에 밸런스가 생겼다.

*버지니아 울프 - 댈러웨이 부인

*볼프강 보르헤르트 - 이별 없는 세대

*생텍쥐페리 - 전시 조종사

*윌리엄 허드슨 - 녹색의 정원

*위대한 개츠비

*알베르 카뮈 - 이방인

*생텍쥐페리 - 야간 비행

*단테 - 신곡

구절들이 다 너무 마음에 남아서 다 읽어보려고 찍어왔다.. 올해 읽고싶은 책 리스트가 점점 과해져서 그 중 딱 24권만 추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