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를 내내 지낸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이사를 가야한다는 말을 듣고
마루 바닥에 눈에 잘 안 띄게 샤프로
내가 거기서 살았다는 사실을 기록했었다
바닥 청소를 하면 없어진다는 생각에
어른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을 곳에
다음에 이 집에 살게 될 사람에게 소유권 주장(사실은 내가 살던 곳이라는)겸 내 흔적을 집에 남기는 인사 차원에서
벽을 파고 오목하게 들어가있는 빌트인 옷장에 기어들어가서 (깊이가 꽤 깊어서 거기서 잠도 자고 공부도 하고, 약간 내 헤테로토피아였다)
벽에다가 또 샤프로 (펜은 민폐라는 생각을 그 때도 했었다. 새 주인이 지우고싶을 땐 지울 수 있도록, 다만 지우기 싫으면 냅둘 수 있도록 적당히 오래가는 필기구를 고심했었다) 나는 누구고, 몇 살이고, 이 방에 살았었고, 당신은 누구인지?
외계인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미지의 미래인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메세지를 숨겨두었다.
그게 벌써 20년 전인데,
그 방엔 누가 살고 있을지.. 메시지는 발견 되었을지
알랭 드 보통이 ‘벤’이라는 인물로 둔갑해 자신의 자녀에 대해 쓴 글귀에서 급 잊고있다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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