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9. <백야행>, <용의자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Ipse! 2021. 10. 18. 03:07

백야행은 게이고 소설 중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책이다. 사실 용의자 X의 헌신이랑 백야행 제외하고는 게이고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백야행은 게이고식 추리소설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점이라기엔 꽤나 초기에 쓰였지만..

이 밑으로 스포주의

백야행과 용의자X의 헌신을 읽고 처음에 든 궁금증은 작가가 개인적으로 여성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며 자라왔는지 알고싶었다. 두 작품 모두 남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각종 살인 행위를 마다하지 않기 때문. 모성결핍이 있었을까?

용의자X의 헌신..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도 봤는데 류승범 캐스팅은 정말 너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결말이 더욱 맘에 안들었다. 한국 영화 결말은 자기의 살인죄를 덮어준 남자가 탄 호송버스를 여자가 쫒아가 두들기고 오열하며 끝난다. 원작소설과 너무 똑같이 끝내지는 않으면서도 비슷한 결말을 암시하려고 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원작 소설의 정수는 여자가 결국엔 자수해서 그간 남자가 해 온 살인과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말이 달라지면서 작품 자체도 완전 달라졌다고 느꼈다..

아니.. 너무 잔인하지 않음..? 남자는 여자를 위한다는 왜곡된 사랑의 감정만으로 (사랑이라 규정해도 되려나. 그 감정에 더 적절한 이름이 있지 않을까?) 살인도 하고 유기도 하고 온갖 짓을 다 했는데 결국 여자가 자수함으로써 모든 노력이 물거품되고 여자를 지키겠다는 목표도 한 순간에 상실해버림 … 할거면 진작 자수하던가.. 정말 잔인하다. 그래서 난 남자의 절규로 끝나는 원작 결말이 더 좋아. 류승범의 처절한 절규도 꽤 기대했는데 약간 k-신파 재질로 끝났던거 같다 (고딩 때 본거라 기억이 가물하긴해) 암튼 이게 일본 소설의 묘미일지도 …. 그래서 용의자x의 헌신까지는 그래도 재밌게 잘 읽었다.

<백야행>의 경우 게이고 소설에 입문하고 싶거나, 일본식 추리 소설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영화도 재밌다던데 언제 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