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마크 트웨인 : "인생은 별 거 아니란다, 꿈 같은 거지. 결국엔 모든 건 사라지고, 존재는 하나의 생각일 뿐이지."

Ipse! 2021. 10. 18. 03:12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아프리카 모험>은 내가 초등학생 때 난생 처음으로 책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다. 초딩 수업시간 내내 그 책을 읽으려고 쉬는 시간만 기다렸고, 읽은 부분까지 펼친 채로 책상 서랍에 넣어뒀다가 쉬는 시간 종이 치면 바로 꺼내서 읽었다.

(여담인데 내가 이 책이 너무 재밌다고 열심히 읽고 있을 때 한 어른 (...)이 뭐 이런 책을 좋아하냐며 가련한 초딩의 마음에 상처를 줘서 그 이후엔 책을 많이 안 읽었다. 본인은 기억도 못하겠지... 말은 늘 조심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sibal.. 나쁘다.. 갑자기 열받네?)

아무튼 성인이 된 후에는 마크 트웨인의 인생관이 담긴 책이 또 그렇게 재밌더라. 대학와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는데 모험 시리즈와는 확실히 작품 성격의 갭차이가 크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본능, 욕구와 기질의 지배를 받는다는 그의 의견에 공감해서 재밌게 읽었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의 모험>에 그의 이러한 인간관이 녹아있을까 기대했었는데, 인간에 대한 철학보다는 삶 자체에 대한 철학이 더 많이 보인다

꽤나 크리피한 애니메이션도 있다.
마크 트웨인의 모험을 점토 아트로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인데, 이게 약간 모험 소설이랑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합쳐진 듯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같은 작품이라 매우 재밌다. 강추. 난 진짜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고, 아트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다. 꼭 봐주쇼..

#1


#2

“I'm Angel, the satan."
"인생은 별 거 아니란다, 꿈 같은 거지. 결국엔 모든건 사라지고, 존재는 하나의 생각일 뿐이지."

이 '이방인'을 가면을 든 모습으로 표현한 점이 좋다.
가면 -페르소나-는 한 개인의 보여지는 인격을 뜻하기도, 신학 용어로는 삼위일체의 성부.성자.성령을 의미하기도 한다.

악마의 이름을 가진 천사를 페르소나를 쓴 모습으로 묘사한 이유가 뭘까?


#3
"천국은 즐기러 가는 곳, 지옥은 친구를 사귀러 가는 곳."
성경, 날개, 링으로 표현된 천국에 의문을 가지며 천국과 지옥에 대한 마크 트웨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통상적인 천국과 지옥 묘사는 재미없다.
무교라서 천국과 지옥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그래도 매체나 글로 접하며 형성해 온 천국과 지옥에 대한 나만의 이미지는 조금 다르다. 천국은 잘 정제되고, 깔끔하고, 완전한 곳 - 그래서 오류나 오차가 없지만 우연이나 사건도 없는 곳. / 지옥은 감각과 쾌락으로 가득찬 곳 - 감정으로 운행되는 상식과 법칙 없는 곳. 어렸을 때 부터 이런 생각을 가져왔는지 중학교 때 그린 만화에도 천사는 오로지 이성과 법칙에 따라 판단하는, 그래서 공평무사하지만 감정적이지 않아 인간적인 정은 없는 존재로 / 악마는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해서 법칙도 일관성도 없지만 완전히 미워할 수 만은 없는 존재로 그렸더라.

+ 제목은 잘 기억안나지만 천국과 이승을 다룬 영화 중에 천국을 표현할 때면 항상 묘한 흑백을 사용하는 작품이 있는데 위에 말한 생각은 이 영화에서 생성된 것 같기도해.

+<청의 엑소시스트> : 애니메이션인데 소재는 흥미롭지만 '사탄'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재미없다.나라면 선과 악을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묘사하지 않을 거고, 아무리 악마라지만 그들의 왕이나 될 인물이라면 좀 더 교모하게 파고들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나는 인성 쓰레기고 아쿠마들의 왕이다 씍씍 헥헥 무섭지 ? " 하는건 좀.. 안무서워. 입체적이지 못해서 아쉽.


#4

제일 좋았던 장면. 이 장면 미쳤어

이걸 다 클레이로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도 있고 아무래도 지금까지 연주할 줄 아는 유일한 악기여서인지, 아니면 피아노와 그 앞에 있는 연주자의 크기 차이에서 오는 대비 이미지 때문인지. 영화에 피아노치는 장면이 나오면 항상 기억에 남는다.

<무드 인디고>의 칵테일 피아노처럼 실제로 있으면 꼭 쳐보고 싶다. 내게 기술이 있다면 영화, 소설, 만화에 나온 피아노들을 모아 제작해보고 싶다.



#5
"신은 아이들과 바보들을 지켜주시니 걱정 말거라"



#6
"인간이 가진 유일하고 아름다운 무기가 있다면 웃음이다. 웃음을 부르는 웃음."

그런데 인간만이 웃을 줄 아는 존재인가. 소리내서 웃는 생명이 인간뿐인가? 원숭이는?
시비걸려는 것은 아닙니다. 웃음 좋지. 웃으며 살자 웃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아 플라톤인가 했던 그 구절도 생각난다 .. “웃음이라는 그 일그러진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