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나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고, 나도 몰랐던 나의 매력을 끄집어내서 특정한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게 돕는 브랜드가 대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지를 다루는 업계에서는
'분위기 컬러'를 뽑아내는 1:1 상담이 주된 콘텐츠로 다뤄지지 않을까?
사진관 시현하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골라 사진의 배경에 넣어주고, 그 색깔을 고르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동안 1:1 대화를 진행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 단 둘이 오로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몰랐던, 혹은 본인이 좋아하고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과 작가가 파악한 그 사람만의 특징을 색깔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특유의 브랜드 가치를 형성할 수 있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PTMM(insta @ptmm.kr)의 메이크업 클래스도 고객만의 '에너지 컬러'를 찾는 것에 집중한다. 아티스트가 클래스에 찾아온 고객의 피부색, 상태, 얼굴 모양, 눈썹과 머리카락의 모습과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 기운을 살핀 후 고객에게 편안하게 어울릴 스타일링과 그에 맞는 컬러를 찾아준다. 이 분은 이를 그 사람만의 아우라, 에너지가 담긴 컬러라는 의미로 '에너지 컬러'라고 칭한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이 분의 브랜딩 능력에 감탄했다. 요즘 퍼스널 컬러가 대세다. 쿨톤과 웜톤으로 이분화된 팔레트. 혹은 그 안에서도 라이트, 뮤트 등 채도나 명도에 따라 구분되긴 해도 단순하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별로 4 분화된 팔레트에 따라 화장품과 옷 색상을 골라 '내게 최적화된' 컬러 조합을 찾는 트렌드다. 한국 뷰티업계에서는 이미 고착화된 유행으로, 거의 모든 브랜드가 ‘쿨톤 best 컬러', '웜톤 팔레트' 등의 키워드를 내세우며 홍보한다. 아예 제품명 자체에 쿨톤, 웜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도 한다. 나 또한 이 트렌드를 통해 내게 더 잘 어울리는 색상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고 지금도 화장품을 살 때엔 내 퍼스널 컬러에 적합한지 검색해보곤 한다.
그런데 어떤 트렌드든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면 이에 싫증이 나는 사람들이 있듯이, 색조 화장품 후기를 올리는 뷰티 유튜버나 블로거의 포스팅을 보면 "제 퍼스널 컬러에 안 맞는 것 알아요! 그래도 이에 국한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색상은 다 발라보고 싶어요!"라는 취지의 글을 써놓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친구들끼리 화장품에 대해 대화할 때면 '너는 쿨톤이라 오렌지가 안 어울린다', '너는 검정 머리가 어울리는 걸 보니 웜톤이 아닐 거야!'라는 식의 대화가 자주 오간다.
시현하다와 PTMM의 분위기 컬러를 도출하는 작업은 이런 식으로 색상 팔레트에 나를 끼워 맞추는 흐름에 대한 반발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색상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나로부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고민의 대상, 즉 주인공이 지기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무리하며
시현하다와 PTMM의 공통점은 대화를 통해 나의 본 모습을 알아봐 준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지금, 나를 알아주고 나도 몰랐던 나를 찾아주는 과정에서 힐링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규정한 '나다운 나'를 사진이나 화장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발산하면서 자기 PR의 기회도 가질 수 있으니 2030 세대가 싫어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는 이처럼 나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고, 나도 몰랐던 나의 매력을 끄집어내서, 이를 특정한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게 돕는 브랜드가 대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뷰티, 패션, 사진 등 이미지를 다루는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분위기 컬러'를 뽑아내는 퍼스널 상담사가 주축이 된 콘텐츠의 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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